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18: 쇼펜하우어 문장론 본문

독서

끄적끄적 18: 쇼펜하우어 문장론

Savedata 2023. 8. 27. 23:17

핸드폰 수리를 맡기러 갔다가 읽게 된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쇼펜하우어 문장론

 

목차

 

1. 우연히 마주친 책

2. 빠져든 소제목

3. 사색이란?

추천글

위의 목차를 클릭하면 해당 글로 자동 이동 합니다.

 

1. 우연히 마주친 책

매주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책 이름 구경이 취미인 내게 이 책은 우연한 계기가 아니면 발견할 수 없었을 책이다. 베스트셀러 코너는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이 항상 놓여 있어서 트렌드와 사람들의 흥미는 엿볼 수 있으나 돈이 되지 않거나 주류가 아닌 책들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zflip4를 쓰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접힌 폰이 90도 이상으로 펼쳐지지 않는 기이한 고장이 일어났다. 검색해 보니 종종 있는 일이고 큰 문제만 없으면 무상수리가 가능하다기에 회사 근처의 삼성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폰이 수리되는 동안 주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하나 집어 들었는데 그것이 '쇼펜하우어 문장론' 이었다. 사실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책이라서 꺼내든 건 아니고 다른 책들이 이미 읽은 책이거나 마법 천자문 같은 유아용 책이라 소거법에 의해 떠밀리듯이 집어 들게 된 정말 우연의 우연으로 만나게 된 책이다.

그래도 일단 집어들었으니 한 번 읽어나 보자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수리기사분이 30분 후에 나를 부를 때는 아쉬움마저 느끼면서 읽던 페이지를 기억하고 내려놓게 되었다.

2. 빠져든 소제목

우연히 마주친 책이기에 어떤 책인지조차 이해하지 않고 일단 무지성으로 소제목부터 펼쳐 들었다. 철학자가 쓴 책답게 소제목에서부터 시니컬한 차가움과 배배 꼬인 인성을 확인할 수 있어서 나도 따라 냉소적인 비웃음과 함께 처음으로 읽을 소제목을 고를 수 있었다.

  • 가장 눈에 띈 첫 소제목은 '무지와 쾌락'이었다. 오만하고 자극적인 단어 2개로 이루어진 이 소제목은 이때까지만 해도 책을 바꿀까 고민하던 내게 독서를 시작하게 만드는 좋은 자극제였다. 좀 식상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대략 내용은 '무지는 부와 결부되었을 때 비로소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말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냉랭한 비판의 문장은 내 안에 어딘가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철학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 두번째로 눈에 들어온 소제목은 '사색적인 두뇌와 독서적인 두뇌' 였다. 말이 길고 복잡해서 대체 무슨 소리를 써놨나 확인하려고 봤는데, 약간 머리를 대~앵 하고 치는 듯한 느낌을 느끼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인즉슨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지식인의 모습으로 비친다고 여기고 있던 스스로의 오만을 인지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뭐가 됐건 많이 읽고 많이 받아들이다 보면 그래도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렇게나 책을 읽고 있었다는 것을 반성하게 해주는 거울과도 같은 말이었다. 아무리 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어도 꿰어야 보배이거늘 구슬만 많이 모았다고 구슬가지고 구슬치기 하면서 좋아하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스로를 깨닫게 머리를 깨뜨려주는 내용이었다. 이 문장을 읽고나서부터 책에 훅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이렇게 두 소제목을 읽고나니 '어멋 이건 읽어야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에서부터 쭈욱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유명한 철학자답게 어렵고 난해한 글들이 가득했지만 기본적으로 독서에 대한 생각과 글쓰기에 대한 사고를 정리한 책이다 보니 철학자의 책 치고는 생각보다 쉬운 글들로 쓰여있고, 독자의 이해를 염두에 둔 친절한 예시들과 단락 구성 등이 있는 부드러운 책이라고 느꼈다.

리디북스로 바로 사서 다시 읽으려고 했는데, 리디에는 해당 책이 없어서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해놓은 상태이다. 집에 오면 다시 한번 잘 읽고 책장을 장식하는 예쁜 장식물로 활용될 예정이다.

 

3. 사색이란?

짧게 후루룩 읽어낸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책에서 결국 얘기하고싶은 바는 스스로 생각하라는 것인 듯하다. 자세히 읽지는 않아서 (자세히 읽어도 철학자의 말이라 다 이해는 못하겠지만) 확신할 순 없으나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습득할 수 있는 모든 지식은 이미 죽은 시체에 남은 영감을 얻는 것이라는 책의 얘기들을 읽다 보면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사고하고 사색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중요시 여긴 것 같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수많은 사상들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스스로 생각해낸 사상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그저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많이 보았다고 자기 그림이라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스스로의 생각으로 정리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저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찬 기억 덩어리만 가지게 되는 것이지 싶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생각들을 정리하고 연결하여 나 스스로의 사상을 정립하는 그 작업이 바로 사색이며, 언젠가부터 굉장히 등한시 되고 있던 녀석이다.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기보다 내가 가진 값진 것들을 되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철학과 관련된 책들은 머리가 아파서 좀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머리 아픔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우연한 책이었다.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머리를 깨고 싶을 때 마주치면 좋은 녀석.

 

추천글

참고한 블로그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끄적끄적 17: FACTFULNESS  (0) 2023.07.29
끄적끄적 16: 픽 미 업  (0) 2022.11.27
끄적끄적 15: 시 읽기  (0) 2022.08.15
끄적끄적 14: 인간관계론 2번째  (0) 2022.07.03
끄적끄적13: 유시민의 글쓰기특강(1~4챕터)  (0) 2022.06.2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