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본문
#1 책 소개
책이 좀 낡아 보이는 건 아무래도 산 지 좀 오래되었기 때문이랄까...
오랫동안 미뤄왔던 '읽은 책들 정리해보자' 계획을 시작하는 그 첫 책으로 꺼내 든 지대넓얕.
넓지만 얇은 지식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름부터 혹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서점에서 보자마자 서론과 소제목만 읽어보고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재미있다.
다시 꺼내서 먼지 털고 읽어봤는데 다시 봐도 그 내용이 이제는 새롭지 않을 뿐 정리가 깔끔하고, 적당한 수준의 어려움이 어딘가 잠자고 있던 지식욕구를 채워준다.
#2 책 내용
책은 총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5가지의 주제로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앞은 재미있고 뒤로 갈수록 기존에 알던 지식들을 총동원하여 매칭 해보느라 머리에 열이 올라온다.
- 제일 재미있는 역사 파트는 누구나 알아들을만한 예시로부터 시작하여 사회가 복잡해져가는 과정을 예시를 통해 쉽게 풀어낸다. 크게는 생산 수단의 이동으로 설명되는 고대부터 자본주의까지의 흐름. 자본주의의 근본이 되는 공급과잉과 그로 인해 복잡해져 가는 근현대까지의 흐름을 단 100p 남짓으로 풀어낸다. 수많은 훌륭한 전공서와 역사서들이 있겠지만 쉬운 접근성과 정보의 압축성으로 본다면 단연 최고라 할 수 있겠다.
- 경제는 오늘날의 한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필요한 파트가 아닐까 한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에서 갈팡질팡 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유권자들과 그들의 모든 요구를 맞춰가야 하는 정치인들의 짠내 나는 2022년의 한국을 이해하기 위한 경제 파트다.
정확하게 반비례를 그리는 성장과 분배의 관계에서 윈윈이란 것은 절대 없을테고, 대다수의 의견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피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고, 힘이 있는 이들이 원하는 대로 굴러가는 게 사실 현실일 것인데 말이지... 답은 없지만 생각을 할 기회를 주는 경제! - 스스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치 파트. 정치와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무슨 상관인지 싶겠지만, 최소한 내가 읽어낸 지대넓얕의 정치편은 사회나 세계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스스로의 생각과 이념을 분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시장의 자유를 원하는지 규제를 원하는지, FTA, 무상급식, 민영화, 축구 경기로 비유된 보수/진보, 민주주의, 독재, 엘리트주의, 각 체제와 경제의 결합 등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과 삶에 대한 이해를 판별할 수 있는 자기 문답 파트.
- 내 주위의 다른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사회 파트. 역사, 경제, 정치를 통해 지금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 경제 상황을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수많은 노년층, 중장년층, 중성/여성/남성 등등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사회에 대한 이해 지침서. 나라는 사람과 나를 둘러싼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과 집단들의 움직임이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파트.
- 미친 듯이 머리가 아플 것만 같지만 살짝 포기하고 보면 이해가 되는 윤리 파트. 전부를 이해하려 한다면 당신은 굉장한 이념가! 하지만 저는 그냥 적당히 이해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많구나 하고 넘어간 내용입니다. 하핫;
윤리란 무엇인가? 의무론과 목적론, 칸트의 정언명법, 공리주의, 하이에크와 롤즈 등 이름만 봐도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지만 한 40p밖에 안되기에 심호흡 한 번 하고 쭈욱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정도의 분량. (물론 40p 밖에 안되지만 100p의 역사 파트보다 긴 시간이 든다는 게 함정)
개인적으론 앞의 4파트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위주로 그 근거를 밝혔다면 윤리는 그 근거가 되는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주는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들의 총집합이자 정리.
처음 쓰는 글이다 보니 조금 길어진 감이 있지만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보니 더 머리에 체계적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3 책 소감
책을 읽어갈수록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된다.
비단 과학이나 기술만이 아니라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으로 수없이 뒤엉키고 얽혀 복잡하게 발달된 현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전혀 알 필요도 없었고 이해도 되지 않았던 수많은 경제 정책들과 정치인들의 길기만 해 보이던 정책들은 이제는 모르면 뒤떨어지는 것이 되었다. 부동산도 주식도 이제는 비트코인까지 한 분야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도메인들을 모두 총망라하여 이해해야 하는 시대와 나이가 도래했다.
그 복잡한 사회를 살아남기 위한 입문(생존)서. 지대넓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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