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2: ON BULLSHIT
#1 책 소개
이름이 굉장히 강렬한 책
이 이름을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샀다 ㅇㅇ.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27주간이나 올라 있었다니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내용은 말 그대로 개소리의 개소리를 위한 개소리에 의한 책이다.
#2 책 내용
프리스턴 대학교의 철학과 명예교수인 해리 G. 프랭크퍼트라는 고명한 철학자에 의해 쓰인 이 책은 시작부터 굉장히 머리 아픈 말들로 시작한다. 영어를 한글로 번역해놓은 책이기에 그 원문장의 어려움에 더해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복잡함이 더해진 듯하다. 하지만 일단 책이 굉장히 작고 89p밖에 안 되는 분량이기에 내려놓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완독 하기에는 1시간가량밖에 걸리지 않는다.(물론 한 문장을 반복해서 7번 정도 읽어야 이해가 가는 경우가 77번 정도(...) 있다.)
개소리에 대한 개략적인 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기존에 MAX BLACK이 적은 '협잡'(humbug)에 대해서 풀어내며 그 추상적인 개념의 경계를 보여준다. 그곳에 적힌 몇 가지 속성들을 소개하자면, '기만적인 부정확한 진술', '거짓말에 미치지 못함', '특히 허세 부리는 말 또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생각, 느낌, 또는 태도를 부정확하게 진술하기'이다. 그리고 개소리가 가지는 이러한 속성들에 대해 각각을 협잡 혹은 거짓말이라는 개념과의 차이를 설명하며 풀어낸다.
읽다 보면 개소리라는 가벼운 단어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고민과 고찰들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복잡다단한 내용들로 가득하기에 자세한 내용을 풀어내지는 않겠다. 다만, [#3 책 메모]에서 재미있었던 내용들을 적어보는 정도로 내용을 정리할까 한다.
철학적인 속성들과 추상적인 개념들의 나열 속에서 분류 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들을 끄집어내어 말로써 풀어가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 이과생인 나로서는 그저 존경심 밖에는 들지 않는다. 그 속에서 내가 읽어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재미있다고 느껴져서 흥미 있게 집중하게 되는 것들을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이유가 되겠다.
#3 책 메모
- 더운 공기(hot air)와 대변 사이의 유사성
-필자는 정보성 알맹이가 빠져버려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허풍과 같은 말이 음식에서 필수 요소가 다 빠져나가고 남아버린 대변과 같다고 표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변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내는 죽음의 재현이며, 우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그 죽음의 재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대변에 대한 강렬한 혐오는 죽음을 너무나 친숙하게 만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얘기한다.
-의사소통이라는 목적에 기여할 수 없는 아무런 의미 없는 말들을 듣고 있을때 느껴지는 혐오감은 이와 비슷하게 오는 것이 아닐까? - 개소리의 위험성
-필자는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라 주장한다. 왜냐하면, 거짓말은 최소한 진리에 반대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진리 자체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에 진리에 맞서는 개념이나 진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소리는 도리어 그 말 하는 대상이 실제로 어떠한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거짓이 아닌 가짜를 만들어내는데에 초점이 있다. 그렇기에 개소리는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으며 진리의 권위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 된다.
-책의 옮긴이의 글에 예시로 적힌 한국형 개소리의 예시인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 '4대강 살리기 사업'를 보면 개소리는 책임은 회피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의도를 청자에게 주입하기 위해 던져대는 개소리들이라 볼 수 있겠다.
#4 책 소감
시시껄렁한 소리나 헛소리를 즐겨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내가 스스로 하는 말들이 뭔지를 돌아보게 해주는 자아성찰적인 도구로써 사용되었다. 내가 즐겨하는 개소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크게 공들이지 않는 선에서 순간적으로 사람들을 웃기거나 속해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과장되거나 존재할 수 없는 개념들을 진리와는 전혀 상관없이 뭉쳐서 던지는 행위. 정도가 될 것 같다.